최혜영
Choi Hyea-yeong
산호 coral
2019.03.10-04.07 스페이스산호 제주
기획의 글 _ 최혜영
제주 바닷속을 들여다 본 사람들은 연산호가 얼마나 장관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안다. 서귀포 연산호 군락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 존재와 가치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더욱이 강정 해군기지를 비롯한 개발과 오염으로 연산호의 생존은 날로 위태롭기만 하다. 우리가 산호를 구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산호 군락은 물고기들의 산란처, 은신처가 된다. 산소를 내뿜는 바다의 숲이자 바다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산호를 알리고자 한다.
강정에 뜨개 작업은 낯설지 않다. 강정마을에 코가 꿰인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과 응원을 담아 뜨개 편물을 만들어 전국 각지에서 보내주었고, 2013년 ‘강정의 코’는 해군기지가 지어질 마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연대를 요청하며 마을 곳곳을 뜨개 편물로 감쌌다. 그렇게 실로 뜨개의 코로 연결된 사람들은 연대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산호뜨개는 자연을 닮았다. 알록달록한 실들이 산호처럼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산호와 바다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한다.
산호뜨개를 통해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길을 내는 생태예술운동을 하는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의 산호뜨개 프로젝트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털실로 뜨개질한 산호와 바다 생명들을 만날 수 있다. 뜨개 작품뿐만 아니라 강정 연산호TF팀의 연산호 영상과 지난 10년 동안의 강정 앞바다 조사 기록물도 함께 전시된다.
2012년 3월 7일은 강정 해군 기지 공사를 위해 1.2km의 구럼비 바위가 발파된 날이다. 발파가 시작 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바닥에 엎드려 짐승처럼 울기 시작했다. 구럼비 발파 7년 후 오늘. 제주의, 강정의 바다는 괜찮을까. 그때의 그 마을을 지키고자 함께 싸웠던 사람들과 강정의 평화를 염원하던 사람들은 괜찮을까. 오늘날 제주는 난개발 광풍과 제2공항 일방적 강행을 막기 위한 시간 속에 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조심스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시를 강정 피스 아일랜드 안 작은 전시 공간인 스페이스 산호에서 시작 한다.
산호뜨개, 상상의 자유와 꼬불꼬불한 연결의 힘 _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 (공동대표 이혜영 정은혜)
산호의 다양하고 꼬불꼬불한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한 코씩 뜨는 코바늘 뜨개입니다. 산호뜨개는 자연을 닮은 자유로운 뜨개방식입니다. 알록달록하고 꼬불꼬불하다는 원칙만 있을 뿐, 패턴이 없는 뜨개 방식으로 기초 코바늘 기술 만 있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코바늘로 꼬불꼬불한 산호를 뜨다보면 생명을 만드는 기쁨과 함께 바다와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이 열리곤 합니다. 한 코 한 코 뜨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직선의 세계에서 자연의 휘어지고 꼬불꼬불한 연결의 힘을 만납니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제 주와 서울에서 여러 개의 산호뜨개 모임들이 열리고 있으며 2018년 8 월~12월 사이에 270여명이 산호뜨개 워크숍, 수업, 발표회, 전시 등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산호뜨개에 참 여하는 사람들이 서로와 연결이 되고 관계를 맺는 방식에 중심을 두 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을 전시장에서 다시 새롭게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커뮤니티 아트입니다. 작품들은 개별적으 로 존재하는 대신, 산호의 폴립처럼 서로 연결되어 전시됩니다. 그래서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을 여러 개라고도 말할 수 있고 하나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이는 개체이자 전체인 산호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산호정원
산호뜨개 참여작가 : 심금순, 박재욱, 송은실, 이세은, 이해성, 지선옥, 길민정, 용지항, 김주희, 문보미, 박일연, 이승은, 이지영, 정현량, 최세진, 미셀 강, 김인주, 김제령, 안주희, 현문숙, 이은주, 정금희, 임해연, 홍선주, 고승연, 현진헌, 이현지, 진태욱, 박정은, 박지인, 이상희, 이윤영, 여해영, 재인, 시도, 한효주, 차혜미, 박우진, 쑴, 김규리, 작은, 강지원, 가이선 이민수, 김윤진, 조은애, 김유진, 장혜정, 둥실, 이선아, 박혜심, 김연임, 곽정임란, 정은혜, 이혜영, 김순덕
비디오
강정 바다에 사는 연산호들
촬영 : 복진오 윤상훈 최혜영
편집 : 최혜영
주최 :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 강정 연산호 TF, 피스아일랜드 주관 : 강정친구들, 스페이스산호